오하이오 클리블랜드 새내기의 정착기: 이곳은 어떤 동네인가요?
오하이오에는 이른바 '3C'라고 불리는 도시들이 있습니다. 콜럼버스, 신시내티,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클리블랜드죠. 사실 저도 이곳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라 클리블랜드를 다 안다고 말하기엔 쑥스럽지만, 오기 전 정보가 너무 없어 막막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써 봅니다. 처음 이곳을 검색했을 때 범죄율 이야기 말고는 정보가 너무 없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클리블랜드의 사계절과 날씨 이야기
제가 처음 왔을 때인 6월의 여름 날씨는 한국보다 선선하고 습하지 않아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나무가 많아 가을 단풍이 물들 때면 정말 아름다운 곳이죠. 하지만 겨울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금 암울한 면이 있습니다. 미시간이나 버펄로 같은 곳에 비하면 양호할지 모르지만, 가장 힘든 점은 해를 보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 동료들은 집에 따뜻한 색감의 조명을 두고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제설 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큰 도로는 안전하지만, 동네 작은 길은 조심해야 합니다. 저도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져서 온갖 신을 다 찾았던 아찔한 기억이 있거든요. 겨울은 보통 10월부터 4월 초까지 이어지는데, 1월부터 3월이 가장 고비인 것 같아요. 하지만 싹이 트고 해가 다시 뜨기 시작하면 그만큼 기쁨도 큽니다.


병원과 교육의 도시
클리블랜드는 병원이 정말 많기로 유명합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유니버시티 호스피탈, 메트로 헬스 등 큰 병원이 곳곳에 있죠. 특히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해서 연구비 규모도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엔 전 세계에서 온 레지던트들과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참 많아요.
클리닉 바로 옆에는 의대와 의공학으로 유명한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CWRU)가 있습니다. 요즘은 의공학 순위가 조금 떨어지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여전히 훌륭한 학교죠.

과거의 영광과 근교 도시 이야기
지금은 병원의 도시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한때 클리블랜드는 제조업으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유한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근교의 애크론(Akron)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합성고무 개발의 중심지여서 '고무의 수도'라 불렸고, 애크론 대학교는 지금도 폴리머 과학 연구로 유명합니다.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도 이곳 출신이죠. 여전히 굿이어나 브리지스톤 같은 고무회사들이 있고 한국타이어와 LG화학 시설도 근처에 있어 주재원 분들도 많이 거주하십니다.

클리블랜드에서 뭐 하며 지내나요?
처음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입니다. 답은 대개 정해져 있어요. 오케스트라, 미술관, 국립공원 하이킹, 그리고 스포츠 관람입니다.
-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미국 내에서도 수준이 아주 높습니다. 저는 회원권을 끊어 일 년 내내 만족스럽게 공연을 즐겼어요. 특히 임윤찬, 조성진 님이 와서 공연했을 때는 정말 반갑고 행복했습니다. 여름에는 야외 공연장에서 불꽃놀이와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실내 공연장을 더 추천드립니다.
- 클리블랜드 미술관: 입장이 무료입니다. 규모가 커서 여러 번 나누어 보는 재미가 있어요. 고흐나 모네, 피카소 같은 친숙한 작품들이 많으니 꼭 들러보세요.
- 카야호가 밸리 국립공원: 사실 규모는 동네 공원처럼 아담해서 후기가 갈리기도 하지만, 아기자기한 트레일을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날씨 좋은 날 창문을 열고 드라이브를 하면 공기가 맑아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 이리호(Lake Erie): 오대호 중 하나인데, 호수라기보다 바다처럼 느껴질 정도로 큽니다. 일몰이 정말 예쁘니 꼭 한번 구경해 보세요.














스포츠와 여행의 요충지
클리블랜드는 규모에 걸맞게 야구(MLB), 미식축구(NFL), 농구(NBA) 팀이 모두 있습니다. 예전에 류현진 선수가 원정 경기를 왔을 때 보러 갔던 기억도 나네요. 스포츠를 좋아하신다면 즐길 거리가 참 많습니다.


또한 다른 주를 여행하기에도 위치가 참 좋습니다. 시카고나 워싱턴 DC까지 차로 5~6시간, 나이아가라 폭포는 3~4시간이면 갈 수 있어서 가족이나 지인이 오면 필수 코스로 다녀오곤 합니다.
아쉬운 점과 장점
가장 아쉬운 점은 제대로 된 대형 한인마트가 없다는 거예요. 뉴욕의 H마트 같은 곳이 참 부럽기도 합니다. 그나마 최근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가 들어와서 한국식 빵을 먹을 수 있게 된 건 다행이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합니다. 다행히 킴스 마켓이나 동양품 같은 곳들이 있어 아쉬운 대로 식재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
클리블랜드의 장점이라고 하면 집값입니다. 다른 대도시에 비해 아직 저렴해서 투자자들도 관심을 많이 갖는 지역이죠. 젊은 세대들이 직장을 잡고 1~2년 안에 내 집 마련을 꿈꿀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학군 좋은 동네도 많아 가족들이 정착하기에 참 좋은 곳이에요. H마트만 들어온다면 정말 완벽할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누군가 "클리블랜드 어떤가요?"라고 검색했을 때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된다면 참 뿌듯할 것 같습니다. 혹시 곧 이곳으로 오시는 분이 있다면 미리 환영의 인사를 전합니다. Welcome to Cleveland!